히트 메이커스 책을 리뷰하고자 한다. 이 책의 주제어는 바로 ‘히트hit’다. 이제부터 나는 대중문화와 미디어 부문에서 비교 불가능한 엄청난 인기와 함께 상업적 성공을 거둔 극소수 제품이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이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한다.
음악, 영화, TV, 책, 게임, 앱을 비롯한 광대한 문화 생태계에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비결은 무엇인가?
같은 아이디어인데도 어떤 것은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고 어떤 것은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Contents
히트 메이커스 – 마법과도 같은 반복적 노출의 힘
‘단순 노출 효과’ 혹은 간단히 ‘노출 효과’라 하며 이는 현대심리학이 발견한 사실 가운데 가장 견고한 현상 가운데 하나다.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보다는 친구를, 익숙하지 않은 향기보다는 친숙한 냄새를 더 좋아한다. 익숙함에 대한 선호도는 여기에 국한하지 않는다.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수백 차례 이뤄진 관련 연구 및 메타 연구 결과 사람들은 자신에게 익숙한 모양이나 풍경, 소비재, 노래, 목소리 등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가장 좋아한다.
미의 본질은 형태나 황금률 혹은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 직관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은 세상과 인간의 상호작용 안에, 즉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한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영국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의 표현을 빌리면, 인간은 그들이 사는 동안 만났던 모든 것의 집합체다. 인간은 일반인으로 태어나 특유한 한 개인으로 죽는다.
인터넷이 기업의 브랜딩 가치를 약화하고 있다. 라디오와 TV 방송의 영향력이 다양한 미디어로 분산되고 노출 채널이 증가함에 따라 음악, 영화, 미술, 정치 부문을 비롯한 모든 시장에서 어떤 것이 인기를 얻을지를 예측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다.
사람들은 사고에 어려움이 느껴질 때, 즉 생각하기가 어려워질 때 생각의 비유창성에서 오는 불편함을 그 생각의 객체에 전가한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쉬운 것과 생각하기 어려운 것을 양극단으로 삼는 사고 스펙트럼의 어느 한 지점에 위치한다고 봐야 한다. 사람들은 이 사고 스펙트럼에서 당연히 ‘유창성’을 지향해 그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 음악을 즐겨 듣는다. 자신들이 이미 알고 있는 배우나 등장인물, 줄거리를 보여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 하는 말은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그 말이 매우 복잡하고 어려워서 알아듣기 곤란하다고 느껴질 때는 더욱 그러하다.
히트 메이커스 – 마야 원칙
‘마야MAYA, Most Advanced Yet Acceptable’
‘가장 진보적이면서도 수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로위가 말하는 ‘마야’ 원칙이 핵심이다.
친숙함만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새롭고, 도전적이고, 놀라운 그 무언가가 편안함, 의미, 친숙함의 영역으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 요컨대 ‘미적 깨달음’의 순간이 필요하다.
유행은 그저 대량생산과 현대마케팅이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망하도록 배워야 했다. -p.90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욕구와 친숙한 것에 안주하려는 욕구 사이에 끝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선택 상황에서 소비자는 (a) 새로운 것에 대한 매력 (b)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저항 등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요소에 영향을 받는다. 익숙하지 않음에 대한 저항이 임계 수준에 도달하면서 구매 저항이 시작되는 순간에 ‘수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가장 진보적인’ 디자인이 치고 들어간다.”
로위는 사람들의 관심이 한 방향으로만 치닫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오히려 새것 혐오와 새것 애호, 새로운 것에 대한 사랑과 오래된 것에 대한 사랑, 자극을 추구하는 욕구와 이해 가능한 것에 대한 선호 등 상반되는 두 가지 세력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상황이 연출된다고 봐야 했다. 우리는 오래 숙성된 새로운 포도주 혹은 왠지 친구처럼 느껴지는 낯선 사람을 좋아한다.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가 절묘한 조합을 이루는 ‘친숙한 놀라움’을 추구하는 것, 그것이 로위가 말하는 ‘마야 원칙’이다.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꼭 이해하기 ‘쉬운’작품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들은 자신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는 ‘도전’하기를 좋아한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쪽은 ‘약간 새로운’ 제안서였다.
마야 원칙에는 세 가지 교훈이 담겨 있다.
첫째,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해도 적어도 창작자보다는 더 많이 알고 있다.’
둘째, ‘친숙한 뭔가를 팔려면 놀랍게 만들어라. 놀라운 뭔가를 팔려면 친숙하게 만들어라.'(…) 즉 아무리 훌륭한 과학적 발견이라도 주류 사고와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극렬한 저항에 부딪힌다. 훌륭한 예술이나 제품은 그것을 향유하는 대중과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
셋째,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있다가 그런 자신이 이미 무언가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히트 메이커스 – 언어 안에 숨겨진 멜로디
사람들은 글이나 말에 입혀진 음악적 요소(이를테면 압운)를 대뇌에서 처리하면서 그 음악적 요소에서 그 말의 진실성을 주장할 이유를 찾는다.
히트 메이커스 – 신화를 만드는 심리 1 -이야기의 힘-
‘창작’은 우리가 아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토대로 삼아야 한다.
처음부터 특별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는 영웅(슈퍼맨)이 있고 나중에 힘을 얻게 되는 영웅(스파이더맨)이 있다. 또 어떤 영웅(배트맨)은 비장미가 돋보이는가 하면 어떤 영웅(아이언맨)은 유쾌하기 그지없다.
주인공의 여정은 승리를 위해 필요한 ‘재료’를 하나도 합치며 ‘힘과 정의감’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루카스는 없던 것은 새로 만들어낸 창시자도 아니고 남의 작품을 훔친 도둑도 아니다. 그저 여기저기서 좋은 ‘재료’를 가져다 적절히 혼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 ‘혼합의 거장’일 뿐이다.
이야기에 감정이 이입되려면 예측 가능성이라는 요소가 필요하다. 사람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는 ‘감정의 롤러코스터’와 같다. 그러나 타다가 혹시 죽을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불안감이 있다면 롤러코스터에서 즐거움을 느기기 어렵다.
히트 메이커스 – 신화를 만드는 심리
이야기는 일종의 마법이다. 반복이나 수구 반복처럼 이야기는 미신을 만들어내는 심리를 부추기는 한편 진실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심오한 사고는 억누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나쁜 목적’에 이용되는 ‘좋은 이야기’야말로 정말 위험하다.
각 취향에 대한 민감기는 저마다 다른 것 같다. 10대 청소년은 자아 정체성, 외모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자신의 취향을 실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음악적 취향이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는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이다. 대다수가 30대 초반쯤 되면 새로운 음악을 찾지 않는다. 2015년에 스포티파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이 다른 음악가를 찾지 않게 되는 나이는 정확히 33세였다. 다시 말해 33세 이후로는 원래 좋아하던 가수나 음악 외에 다른 가수의 음악을 찾아 듣는 일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영화 속에서 양성평등의 가치를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또 하나의 숨은 집단이 존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즉 관객이다. 관객은 영화에 등장하는 남성과 여성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여성이 너무 남성처럼 행동하거나 남성이 너무 여성처럼 행동하면 은근히 불만을 쏟아낸다. 그리고 제작자들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싸우기보다는 그대로 따르면서 이를 고착화 한다.
편견쟁이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편견을 물리칠 수 있는 관대함이나 포용력 또한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과 학습을 통해 길러야 한다. 이때 훌륭한 ‘이야기’가 훌륭한 교사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배울 가치가 있는 것들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는 이야기. 그것이 정말 훌륭한 이야기 아닐까?
페이스북, 트위터, 판도라, 넷플릭스, 기타 미디어는 특정 집단의 기호나 이념적 성향에 맞는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편견을 양산하고 고착화하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마케팅의 관점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에 대한 ‘주의 집중도’를, 어떤 정보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라고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말하자면 유창성은 정보를 사는 값이 아주 싼 상황에서 발생한다. 비슷한 형태의 정보에 많이 노출 돼서 그 정보에 이미 친숙해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유창성은 정보 값이 아주 비싼 상황과 관련된다. 비유창성의 범주에 있는 개념을 이해하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개념의 명칭이 친숙하지 않아서 말하기조차 쉽지 않다.”
히트 메이커스 – 유행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인기에 관해 연구하는 것과 사람들이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연구하는 일은 절대로 만만하지 않다.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적어도 세 가지 요소가 문제를 항상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세가지 요소란 바로 선택, 경제, 마케팅이다.
레이버의 법칙이 우리에게 주는 더 가치 있는 교훈은 의복은 물론이고 이름, 음악 등 그 어떤 것도 세월 앞에 장사 없고 영원히 지속되는 취향이란 없다는 사실이다. 단지 현재의 취향, 과거의 취향, 그리고 약간 앞선 미래의 취향이 있을 뿐이다.
“유행이라 나도 한번 해봤어.”,”다들 좋아하니까 나는 이제 관심 없어.”
“어떤 사실에 대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사실이 옳은 것이 된다.”
‘베스트셀러 1위’보다 더 강력한 선전 문구는 없다.
“독자 수가 증가한다거나 인기가 높아진다는 자체가 대중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그것이 평점을 낮추는 이유가 된다.”
어른, 특히 돈과 힘이 있는 어른에게 규칙은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장치다. 그러나 젊었을 때는 어떤 규칙이든 합리성이 확실히 입증되기 전까지는 다 불합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어린 10대는 규칙을 위반해도 잃을 것이 별로 없기 때문에 새것 애호 문화의 동력 역할을 계속할 것이다.
히트 상품에 대한 연구는 이와 같은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문화는 카오스 시스템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히트 메이킹의 경제학에 대해 알아보겠다.